| ISBN |
9791141602451 |
| 쪽수 |
352 |
| 크기 |
133*200mm |
책소개
출간 1년이 가까워지도록 『절창』을 향한 관심과 사랑은 처음처럼 뜨겁다. 먼저 읽은 독자들의 끊임없는 간증부터 연예인들의 잇따른 인증까지, 우리는 여전히 『절창』의 후유증 속에 살고 있는 듯하다. 이에 출간 1주년과 20만 부 돌파를 기념하고자 ‘화이트 에디션’을 출간한다. ‘블랙 에디션’이 ‘오언’을 상징하는 키 컬러와 디자인이었다면, 이번 ‘화이트 에디션’은 『절창』의 독보적인 히로인 ‘아가씨’를 연상케 하는 컬러와 모티프로 제작되었다. 뒤표지는 ‘오언’과 ‘아가씨’의 숨막히는 한순간을 포착한 대화를 인용하는 동시에, ‘읽기’의 불가능성을 새롭게 형상화했다. 이번 특별판이 기존의 팬에게는 새로운 여운을 수놓는 기회가 되기를, 아직 『절창』을 만나보지 못한 독자에게는 곧 새겨질 상흔에 대비하여 쥐여진 부드러운 손수건 같은 선물이 되기를 기원한다.
리커버 디자이너의 말
아가씨의 ‘딸기무늬 손수건’은 작품을 읽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중요한 소재로, 20만 부 기념 화이트 에디션의 표지 콘셉트로 구현하게 되었습니다.
시안 작업을 시작할 때는 본문에 묘사된 ‘넝쿨이 울창한 딸기무늬가 전체 자수로 놓인’ 손수건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화이트 에디션이라는 콘셉트와 작품의 결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요소를 최대한 덜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흰 손수건의 질감이 먼저 느껴지게 하고 여기에 상처를 연상시키는 붉은색을 포인트로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 소박하고 담백한 분위기를 띠게 되었는데, 어쩌면 이 모습은 아가씨가 오언에게 처음 건넨 손수건과 닮아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표지 디자이너
최윤미
저자소개
소설가.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단 하나의 문장』 『있을 법한 모든 것』, 장편소설 『파과』 『네 이웃의 식탁』 『상아의 문으로』 『절창』 등이 있다. 오늘의작가상, 김유정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목차
절창 9 인용 구절 출전 347
출판사 서평
“그애는 나의…… 질문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지극한,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부모의 생사를 알지 못한 채 보육원에서 자란 한 소녀. 그녀는 어느 날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타인의 상처에 손을 대면 그의 생각을 말 그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녀는 어린 시절 사고로 다친 친구의 출혈을 멈추기 위해 상처를 손바닥으로 눌렀을 때 자신의 머릿속으로 쏟아져들어오는 언어의 홍수를 통해 그러한 능력을 어렴풋이 자각하지만 그것을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성장한다. 한편 우연히 그녀의 능력을 알게 된 사업가 문오언은 그 능력을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오언은 보육원을 나온 뒤 고단한 삶을 이어가다 도움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그녀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고, 새로운 옷과 새로운 삶을 준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그녀를 숨길 거대한 저택을 짓는다. 그녀는 자신을 이용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잔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그녀 평생의 삶에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호의와 배려를 보여주는 그에게 미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그가 그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기 전까지는. 그가 그녀에게 깊은 배신감을 안겨준 ‘그 일’ 이후 그녀는 그에 대한 마음을 닫아걸고, 오언은 자신을 고스란히 이해시키기 위해 그녀가 ‘능력’으로 자신을 읽어주길 바라지만 그녀는 강렬한 증오를 담아 이렇게 대답할 뿐이다. “어느 날 내가 갑자기 죽어버릴 때까지, 필요하다면 세상 모든 인간을 읽어줄 수도 있어. 하지만 당신만은 절대로 안 읽어.”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등장한 입주 독서 교사. 이 이야기의 화자이기도 한 그녀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가씨’와 그녀를 자신의 ‘지극한 질문’으로 여기는 오언의 관계를 의구심과 호기심을 품은 채 지켜본다. “비극보다는 희극이 좋아?” “뭐든 상관없지 않나요. 어차피 다 거짓말이니까.” 접촉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여자, 그리고 그 능력을 통해 자신을 읽히고자 하는 남자. 미스터리 혹은 기이한 로맨스의 외피를 두른 『절창』의 이야기를 홀린 듯 따라가다보면, 이것이 결국 ‘읽기’라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타인이라는 텍스트를 읽는 일은 인간이 태어나면서 죽는 순간까지 행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행위는 필연적으로 왜곡을 발생시킨다. 오독을 전제하지 않고는 결코 타인을 읽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읽기의 본질적 아이러니라면 혹시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누군가가 그러한 읽기의 장벽을 무화無化시키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면, 그 어떤 오해도 없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절창』은 독자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읽어내고자 하는 마음, 상대에게 어떠한 왜곡도 없이 읽히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 이 소설을 지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 말해볼 수도 있으리라.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 ‘나’인 독서 교사의 진술과 시점에 의지해서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 이야기조차 필연적인 왜곡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례로 화자는 ‘아가씨’가 오언에게 찾아가기 전까지 처해 있던 상황을 두 가지 버전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어느 쪽의 이야기가 더 그럴듯하고 그들에게 어울립니까?” 결국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진실을 추측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이 소설에 ‘왜곡을 포함해 읽기’라는 또하나의 겹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이야기의 숙명이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책속으로
깊은 물밑에 자리한 상대의 생각을 읽는 일은, 그 마음의 복잡성과 가변성으로 인해 대체로 오답을 내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아니, 모두 오답인 동시에 정답일 수 있다는 마음의 속성을 전제로 시작해야 합니다. _15쪽 “이런 당연한 얘기를 해야 하나요?” “당연한 게 뭔데요.” 당신의 세상에서. 일반의 상식에서. 사회적 합의라는 선에서. 그러게요, 무슨 당연함일까요.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자기가 응시하고 통과해온 것들 안에서 작동할 텐데요. 이 집 안의 세부가 그동안 내가 견지해온 상식의 껍질을 박피하는 것을 느끼며 나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_53~54쪽 구체적이고 선명한 단어나 문장이 한숨에 섞여 공기 중에 응결된 것 같기도 했고, 서로 맥락이 닿지 않는 이미지들이 팽창하면서 이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는 종교의 복음을 전하는 느낌도 들었어. 소리와 냄새를 포집하는 세포들이 들고일어나는 느낌, 맞닿은 상대의 과거인지 상상인지 모를 것들이 무작위로 상처를 통해 내 온 감각기관을 빌려다가 자기 존재를 시위하는. _90쪽 한 권의 책을 펼칠 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세상의 코어를 이루는 것이 반드시 희망 내지 사랑만은 아니며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인간들과 혹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나 자신과 필연적으로 상종하거나 공존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자 태초부터 운명지어진 비극이라는 사실이지. 그리고 그 비극을 견디는 게 인생의 거의 전부야. _302쪽 그러나 당신들도 일하다보면 알고 계실 텐데요, 끔찍한 무언가가 세상에 드러나려면 지옥과 밤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는 걸요. _323쪽 상처 없는 관계라는 게 일찍이 존재나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 이제 나는 상처를 원경으로 삼지 않은 사랑이라는 걸 더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_344쪽